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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마시러 체코나 가 볼까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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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맥주 한잔을 마시기 위해 여행을 떠날 때도 있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체코가 좋다. 체코는 세계 최고의 맥주나라다

프라하의 봄

맥주, 내가 태어나서 가장 많이 마신 액체다. 물은 그만큼 많은 양을 마시지는 않고 하루 세끼 꼬박 국물을 들이켰대도 하루 저녁 마시는 맥주량에 댈 정도는 절대 아니다.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데 그중 맥주는 꼬박 0.5~1gal(갤런) 정도는 챙겨 마시는 듯하다. 1갤런 해 봤자 3.8L니 500cc 생맥주 8잔이고 0.5갤런이라면 4잔이다.
프라하 뒷골목에는 아담한 갤러리를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 트래비
20대에는 맥주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누군가의 영향으로 지금은 술자리마다 어김없이 마시고 있다. 그 물파스처럼 차가운 술이 식도를 타고 넘는 느낌에 중독되어 버린 듯하다. 물론 라거(Lager)를 주로 마신다.
에일(Ale)은 막걸리 같아 조금 꺼리는 편이다. 하면발효(아래로 가라앉은 효모로 발효시킨 맥주) 황금색 라거의 칼칼하니 톡 쏘는 느낌을 즐긴다. 라거와 에일 중 무엇이 좋은가는 제법 많이들 엇갈리는 취향이다. 발효법에 따라 맥주는 크게 이 두 종류로 나뉜다. 그 안에서 재료나 공법에 따라 다양한 맥주로 나뉜다.
프라하 구시가 ⓒ트래비
유럽에선 어딜 가나 맥주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나를 떠나게 만든다
각국 맥주 소비량을 보자. 최근 몇 년간 세계 맥주 연간 소비량 1위 국가는 독일이 아니었다. 의외로 체코가 1등이다. 따끈한 2021년 통계를 참고하면 1병(330ml) 기준 프라하에 거주하는 체코인은 468병을 마셔 2위(417병)와 3위(411병)를 크게 따돌렸다. 문제는 2위도 독일이 아니란 점이다. 2위는 스페인 마드리드이며 독일 베를린이 3위다. 프라하의 봄은 겨우내 마신 술이 깨니까 어느덧 와 있었을까. 프라하는 3년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적 명품 홉으로 인정받고 있는 체코 사츠 홉
맥주를 따라 많은 곳을 다녔다. 공항이나 호텔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라는 게 현지 맥주를 마시는 일이다. 처음 맥주를 빚었다는 이집트에도 갔다. 참고로 고대 이집트는 기원전 5세기 이전에 이미 맥주를 2만 리터 이상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양조장을 만들었다. 현대 이집트는 나일강 물로 스텔라 맥주를 생산하고는 있지만 보통 만나면 물이나 차를 마신다. 그토록 위대했던 선조들은 왜 멸망했나 모르겠다.

I hope so

세계 최초 하면 발효 라거를 생산하는 플젠 필스너 우르켈 양조장의 체험 투어. 시음용 맥주는 330ml밖에 안 준다
생맥주를 발효시키는 목통 ⓒ트래비
쌉쌀한 홉 맛이 풍부하게 감돌면서도 깔끔하게 떨어지는 뒷맛까지, 청량감이 우수한 맥주다. 체코를 대표하는 대중 브랜드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지하 깊숙한 저장고에서 살균 처리 전인 순수 ‘생맥주’를 한잔 얻어 마셨는데 이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잔을 기울이기도 전에 지독히도 향긋한 풍미가 콧속으로 밀려들더니 식도를 타고 서늘한 황금 액체가 넘어갈 때는 전율마저 느껴졌다. 뭔가 동화 속 생명수가 있다면 이런 맛일까 싶었다.
맥주 투어의 장점은 낮과 밤의 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술은 몇 종류 안 된다
플젠에 있는 필스너 우르켈 공장

여행과 맥주 그리고 통풍

자, 다같이 유럽에서 건배할 그날을 위해 건배!
유럽은 와인이 전부가 아니다. 다양한 맥주 문화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중세의 유럽 일부 지역에선 군대며 관공서, 직장의 월급 중 일부를 맥주로 줬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전통은 그 이전이나 현재까지도 상당히 유효한 것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건설 현장에서 맥주를 일당으로 줬다는 기록이 있고, 현대에 들어선 돈으로 받아 어차피 맥주를 사 먹으니 같은 이치의 거래가 순환되고 있는 셈이다.

인구나 영토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나라에선 저마다 다양한 맥주가 있어 여행이 즐겁다. 관광지엔 어딜 가나 근사한 맥줏집이 있어 다행이다. 안주하기 딱 좋은 콜레뇨(체코식 족발 요리)나 더블치즈버거를 앞에 두고도 버블티나 망고 셰이크 따위를 마시며 당을 올리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비록 지금이야 2L에 1만원에 파는 편의점 냉장고나 두리번거리고 있지만. 입에 허연 거품을 묻히고 파안대소를 짓는 미래의 그날을 위해 통풍에 대한 경계나 늦추지 말아야겠다.

*이우석의 놀고먹기‘저세상’ 유머 코드와 황당한 상황극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우석 소장은 오랜 신문사 기자 생활을 마치고 ‘이우석놀고먹기연구소’를 열었다. 신나게 연구 중이다.인스타그램 playeatlab

글·사진 이우석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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