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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기억', 떨쳐내기 힘든 현실의 기억 [TF씨네리뷰]
더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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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기억이 오는 21일 스크린에 걸린다. 주연을 맡은 서예지의 과거 가스라이팅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가 과연 이 악재를 딛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이필름 코퍼레이션, CJ CGV 제공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때때로 작품이 논란과 얽히게 되면 제작진은 '작품을 그저 작품으로서만 봐달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그 희망 사항은 대중에 쉽사리 닿지 못한다. 현실의 논란이 끝나지 않은 만큼, '내일의 기억'을 보기 위해 극장에 자리 잡은 관객의 마음은 시끄럽기 마련이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내일의 기억'(감독 서유민)은 사고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한 수진(서예지 분)이 혼란스러운 기억의 퍼즐을 맞춰갈수록 남편 지훈(김강우 분)의 충격적인 실체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담는다. '덕혜옹주',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극적인 하룻밤', '외출', '행복'의 각색과 각본을 작업한 서유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수진은 남편 지훈과 등산 중 떨어지는 사고를 겪고 만다. 병원에서 극적으로 눈을 떴지만 자신의 과거는 물론 눈앞의 남편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남편과 일상을 되찾아가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때때로 섬뜩한 광경들이 스쳐 지나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리고 그 광경이 단순한 환영이 아닌 자신을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미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김강우는 캐릭터의 양면성을 능숙하게 오가며 맹활약을 펼친다. /아이필름 코퍼레이션, CJ CGV 제공
비극적인 미래를 막으려는 수진이지만 지훈은 모든 것을 "사고 후유증"이라며 무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수진은 지훈의 살인을 목격한다. 그 장면이 오늘의 기억인지, 내일의 기억인지, 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환영인지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누구도 믿을 수 없어 모든 혼란을 홀로 안은 채 수진은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큰 자본이 투입된 영화가 아니고 모두를 놀라게 할만한 특별한 아이디어도 없다. '내일의 기억'은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작품이다. 스케일을 줄인 대신 스릴러 적 재미 요소를 잘 살려냈다. 수진이 혼란에 빠지는 과정은 얼개가 촘촘해 몰입이 쉽다. 수진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만큼 관객도 무엇이 현실인지 자꾸만 곱씹게 만드는 에너지가 넘실댄다.

'내일의 기억'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배우들의 활약이었을 터다. 김강우는 아직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작품을 만나지 못했을 뿐 모든 준비를 마친 배우라는 것을 보여준다. 따뜻한 표정으로 아픈 아내를 간호하다가도 어떤 비밀을 숨긴 캐릭터의 입체성을 제대로 살려냈다. 연기 19년 차 베테랑 배우로서의 노련함이 장면 곳곳에 묻어난다.
핵심 캐릭터 수진을 맡은 서예지는 배우로서 한층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아이필름 코퍼레이션, CJ CGV 제공
핵심 캐릭터 수진을 맡은 서예지는 딱히 부족함 없는 열연을 펼친다. 홀로 영화를 이끌어갈 수 있을 만큼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배우 김정현과 열애 중 그를 가스라이팅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의혹과 논란 속에 결국 영화 시사회에도 불참했다. 작품 속 활약은 좋지만 자꾸만 현실의 문제들이 불쑥불쑥 떠올리게 해 몰입을 방해한다.

이 외에도 몇몇 단점이 눈에 띈다. 중반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멜로 서사, 후반부 극적인 전개와 함께 펼쳐지는 신파가 다소 엉성해 뒷맛이 개운치 않다. 관람 등급은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은 99분이다.

[연예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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