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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도 까베르네 소비뇽이요? 프랑스가 남긴 베트남 와인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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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음료들을 하나하나 섭렵해가는 마시즘. 좀처럼 외출을 자제하는 그의 음료 세계를 넓혀준 것은 다름 아닌 주변 사람들 덕분이다. 그들이 해외에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마다 그곳의 음료들을 사서 선물로 주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뉴 코크(New Coke, 1985년에 한정으로 출시되었다가 단종되고 2019년에 한정판으로 생산)’같은 꿈에 바라던 음료도 있지만.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한 조합의 음료도 존재한다. ‘베트남의 와인’이 그중 하나다. 아니 베트남 지역 술을 사 왔다길래 달려갔더니. 와인이요? 뭐 사또가 아니라 샤또? 까베르네 쇼비뇽이요?

커피 혹은 맥주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 베트남에도 포도농가가 있고, 와인이 생산된다. 물론 아주 오랫동안 와인을 길러온 유럽과 비교한다면 갈 길이 멀지만, 이곳에서 와인이 생산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마니아들의 흥미를 일으킨다. 와인은 맛뿐만 아니라 이야깃거리가 참 중요한 음료 같거든. 오늘은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와인에 대한 이야기다.
베트남에
프랑스 포도가 자란 이유는?
(포도는 어느 곳에서도 나지만, 모든 포도가 와인이 되지는 않는다)
이게 다 프랑스 때문이다. 프랑스가 오랫동안 베트남을 식민 지배하였기에 문화 곳곳에서 프랑스의 영향이 적잖이 남아있다. 음료에서만 쳐도 베트남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커피 생산을 하는 나라가 된 것은 베트남에 있는 프랑스 선교사가 커피나무를 재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랑스는 커피보다는 와인이 대표적이지 않나?

아니나 다를까 베트남에 상주한 프랑스 사람들은 이곳에서 와인을 만드려고 했다. 이미 베트남 땅에는 포도가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포도들은 주로 그늘을 만들어주거나, 관상용으로만 사용될 뿐 와인을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프랑스인들은 자국의 포도나무를 가지고 포도밭을 조성해보려고 했다. 문제는 베트남의 열대기후. 고온다습한 환경은 포도가 자라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들은 결국 서늘한 고원을 찾았다. 높은 곳으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와인을 양조할 포도를 길렀다고 한다. 하지만 낮은 수확률 때문에 제대로 와인이 만들어지지는 못했다고. 하나 이 노력들은 나중에 베트남 와인 탄생의 씨앗이 된다.
과거에 보니까 프랑스인들이
이곳에서 와인을 만들었던데?
(베트남 와인의 대표지이자, 아름다운 고원도시 달랏)
이런 와인 제작의 기록(?)들이 도움이 되었다. 1995년 베트남에서 본격적으로 와인을 만드려고 한 것이다. 이들은 호주의 와인메이커와 파트너십을 맺어 베트남 안에 까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등의 와인용 포도 품종을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포도 재배 방법과 와인 양조기술을 배운다.

문제는 역시 포도가 자랄 환경을 찾는 것이었다. 결국 식민시절의 프랑스인들이 포도를 길렀던 그곳들을 향하게 되었다. 안남 산맥(Annamite Range), 판랑(Phan Rang), 닌투언(Nihn Thuan) 같은 고원에 포도밭을 조성하게 된다. 그리고 결과물이 나왔다. 베트남에서도 와인 양조에 적합한 포도가 자라고, 또 와인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맛은 어떠냐고?!… 는 다음에 바로 이어서 말해보겠다.
와인을 마시고 싶다면
달랏에 가보겠어요
(방달랏 시리즈와 샤또 달랏 시리즈)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와인 중에 가장 대중적인 것은 아무래도 ‘방 달랏(Vang Dalat)’이다. 방(Vang)은 와인이라는 뜻이고, 달랏(Dalat)은 지명 이름이다. 즉 ‘달랏에서 만들어진 와인’이라는 뜻.

베트남 남쪽에 위치한 ‘달랏’은 해발 1,400~1,500m의 고도에 있는 도시다. 높은 고도에 있기 때문에 365일 덥지도 춥지도 않아 ‘봄의 도시’라고 불린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일찍이 프랑스인들의 휴양지로 유명했던 곳이다. 이곳에 가면 프랑스풍 건물들이 남아있어 ‘미니 파리’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남해 독일마을 그런 분위기인가(아니다).
어쨌든 이곳의 이름을 붙은 ‘방 달랏’이 가장 대중적인 와인으로 5천원 남짓이면 마셔볼 수 있다. 레드와인은 물론 화이트 와인도 존재한다. 조금 더 높은 단계를 사고 싶다면 프리미엄, 수페리어 등의 등급도 존재한다. 개인적으로는 탄닌감(일종의 떫은맛)이 적어서 와인 마니아들에게는 코스프레처럼도 느껴질 수 있는 맛, 하지만 와인을 어렵게 생각하는 초심자들에게는 부드럽고 쉬운 와인이 될 것 같다.

물론 나는 초심자에 가깝기에(단 거 최고) 충분히 즐겁고 맛있게 마셨다. 추가로 ‘샤또 달랏’은 굉장히 괜찮게 만들었다고 생각이 들 정도다. 현지에서 사서 마신다고 생각했을 때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아쉬움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역시 베트남에 가면 커피 말고도 현지 와인도 즐기고 와야 하는 것인가!
당장의 맛과 풍미가 아닌
다양성을 기대해보며
(한국에도 마주앙이나 여러 국산 와인이 있지요)

해당 원고는 VEYOND MAGAZINE에 기고한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VEYOND'는 베트남을 거점으로 세계 각국에서 성공신화를 건설하고 있는 대원 칸타빌의 베트남 전문 매거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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