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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금호 산책길 ] #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거
해가 지고 있다

" 자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조금도 안가지고 있으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자꾸 만나야 합니다. "
--- 김경일. 인지 심리학자

나는 내가 산을 좋아하는줄 알았다
그것도 무척
혼자 산을 오른다 어제도 그랬듯
(모과는 오래된 마을과 갓 태어난 도시에 달려있다)

가파른 언덕길 허리 굽히고 헐떡이며
이 고개만 넘으면
가는 구름 벗삼아 숨 길게 쉬리라 하고

고갯마루 나그네길 떠나가는 구름
잠시 올라온 가파른 좁은길 내려다 본다
굽이굽이 끊어질듯 이어져온 골목길
보일듯 사라지는 그 좁은 길

물한모금 땅콩몇알 아몬드사탕 두어개
식은땀 한기가 느껴진다
다시 내리막길
올라올 때보다 미끄러지는 길
자주 발 헛딛는다

# 어두워진 긴 골목길
지나온 그림자
사라진 가로등 희미하게 밝아지고

내달려가는 휴게소마다
사람들 분주하다 잠시잠깐 들러
라면에 엉덩이 붙이고 쉬는 것이 종교일진데
고갯마루 쉬는 솔아래가 종교여야할텐데
( 잔잔한 강물위 전투기. 물위엔 보트. 아! 우리나라는 아직도 분단... )

원하는 것이 많은 시어머니
좋아해지지 않는 며느리는
시댁식구 김장에
푹 절여 있다

늦게온 시누이 " 맛나겠네 " 제가 좀 늦었지요 " 보쌈 먹어야 겠어. 엄마 "

# 원하는건 언제나 갈증많은
바다위 흔들리는 조각배
좋아하는건 항상 내일 또 내일
미루어야하는 헛발질

좋아하는 것이 무언지
잘 기억나질 않는 며느리
몸살끼에 아이들 식사준비
남에 편? 뒷바라지 반려견 재롱에
오늘 커피 한잔에
길게 잠들지 못한다
(새봄올 벗꽃길. 하늘엔 흰구름. 탄금대 텅빈 그림자)

그랬다
원하는 건 너의 길
좋아하는 건 나의 길
원하는 그들에게 자주 속는 골목길
좋아했던 장난감 쉬 지치는 건
원했던 것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과거로 사라진 사진첩
좋아하는 것이 원했던 것이 아니기에
짙은새벽안개 희미한 조어등
늘 걸리고 잡히어 파닥이는
물비늘. 부서지는 반짝이는 물결

넓은 바다 보고 싶어
헤엄쳐가야하는 비늘없는 고등어
바다는 늘 ' 받아들인다'에
포획되고 길들여지는 자화상이
되어간다
(밤은 빠르게 아주 빠르게
하늘을 채워진다)

먼 길가는 나그네
길의 마음을 배운다
도로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
속도와 효율.
길은 그 자체가 삶
더디더라도 삶 그 자체가 아름다움
긴 호흡과 느긋한 걸음걸이.

# 막히면 변화해야하고
변화하면 소통하게 되고
소통은 그 생명이 오래간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 변화의 의지가 없는 모든 대화는 소통이 아니며, 또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소통은 진정한 소통이 아니다.
상대방을 타자화하고 자기를 관철하려는 동일성의 논리이며
본질적으로 ' 소탕'인 것이다. "
--- 신영복.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혹한을 겪은 이듬해 봄꽃이 더욱 아름다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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