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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니까 채워진다…9월 반등 롯데 안치홍의 ‘역설’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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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내야수 안치홍이 지난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전 5회 말 1사 1루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 내야수 안치홍(30)은 지난 15일 키움전에서 선발 9번타자로 등장했다. 이달 네 번째 9번으로 나오긴 했지만 스스로도 “아직 익숙하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낯선 자리였다. FA로 2년 최대 26억원을 준 야수를 가장 타석기회가 적은 9번에 놓는 것은 의외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3타수 2안타 3타점의 활약을 팀 타선을 이끌었다. 안치홍의 뒤를 돌아온 정훈이 받치자 하위타선과 상위타선을 잇는 단단한 고리가 만들어졌다.

안치홍의 활약은 그가 2020시즌을 앞둔 유일한 FA 이적 야수였기에 더욱 세간의 관심사가 됐다. FA를 통해 KIA에서 팀을 옮긴 안치홍은 자신의 존재감을 보이려고 애를 썼지만 쉽지는 않았다. 5~7월의 타율은 3할을 밑돌았고, 특히 롯데가 월간 14승을 올리며 치고 올라간 8월에는 오히려 월간 타율이 0.219로 2할 초반으로 내려갔다.

타순도 조정됐다. 초반 5번이었던 타순이 7번으로 다시 최근에는 9번까지 내려왔다. 결국 9월 반등의 계절이 왔다. 안치홍 9월 타율은 0.421까지 올랐으며 최근 10경기 타율은 0.457의 고공행진이다. 안치홍의 부활로 허문회 감독은 5강 진입에 대한 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안치홍은 9월 타격감 상승에 대해 “마음을 내려놓고 나서 잘 되고 있다”면서 “욕심을 자제하면서 부담을 내려놓으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9번에 내려가도 주자는 쌓였으며 기회는 왔다. 너무 큰 욕심보다는 매 타석 집중하는 마음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결국 이적과 새로운 팀에서 뭔가를 보여야 한다는 마음이 부진의 원인이었다. 안치홍은 “기록이나 이런 부분은 신경을 안 쓰고 있었지만 새 팀에 와서 실력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생각대로 안 되니 좀 힘들었던 것 같다”며 “올시즌 좋지 않았던 모습이 결국 많은 걸 내려놓게 했다”고 말했다.

안치홍은 부진을 겪고 있을 때 홈경기 사직야구장에 일찍 출근해 타격연습을 먼저하고, 커리어 내내 꾸준한 타율을 기록 중인 선배 손아섭에게 조언을 구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안치홍은 “팀의 분위기가 좋다. 연승을 할 때도, 연패를 할 때도 파이팅이 좋다”면서 “팀에 좋은 동료들이 많다보니 조언도 많이 듣고 많은 부분을 배워가는 것 같다”며 반등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FA 첫 해, 이제 팀을 주도하며 나서겠다는 마음은 버렸다. 단지 5강권을 노리고 있는 팀을 더욱 뒤에서 받치겠다는 마음만이 간절하다. 가장 강력한 9번이 되면 된다. 안치홍의 2020년 가을은 버리면서 채우는 역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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