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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1년, 방송법 개정과 언론개혁 성과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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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1년, 언론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역대 민주 정부의 ‘언론개혁’ 흐름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다. 지난해 8월5일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공영방송 이사 추천 주체가 기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시청자위원회, 종사자, 학계, 법조계, 정당 등으로 분산됐다. 사실상 거대 양당이 방통위를 통해 추천하던 구조에서 추천 주체를 다양화함으로써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제도화했다. 올해는 개정 방송법으로 이사와 사장을 뽑는 첫해여서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하겠지만 정부 여당의 의중이 반영된 공영방송 사장이 더는 등장할 수 없게 만든 점에서 상당한 진전이다.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 의무화, 공영방송·보도전문채널 보도 책임자 임명동의제 의무화도 방송 민주화를 위한 유의미한 장치다. 다만 방송 정상화를 위한 핵심 기관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출범 5개월 만인 지난 3월에서야 의결 정족수를 갖추며 지각 출발한 대목은 흠이었다.

또 다른 변화는 언론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다. 일명 ‘허위조작정보 금지법’으로 불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허위조작정보를 고의적·의도적으로 유포하는 경우 피해자가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액 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핵심은 허위조작정보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인데, 권력자들이 배액 배상 소송을 남발할 길이 열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는 7월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는 가운데 구독자 10만 명 이상의 유튜브 콘텐츠도 규제 대상이 될 전망이어서 시행 초기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방송법 개정 외에도 의미 있는 변화는 또 있다. 지난해 12월19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선 “북한 노동신문을 국민들한테 못 보게 막는 이유가 뭐냐. 국민들이 선동에 넘어가 빨갱이가 될까봐, 그거 아니냐”며 노동신문 개방을 주문했다. 이후 올해부터는 누구나 노동신문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통일부는 12·3 불법 계엄 국면에서 국방일보 편집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채일 국방홍보원장도 해임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9월4일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에 따라 ‘바이든 날리면’ MBC 정정보도 소송을 취하했고, 조현 외교부장관은 MBC에 사과했다. 방미통위는 지난해 11월 ‘2인 방통위’의 YTN 민영화에 법원이 불법 판단을 내리자 항소를 포기했다.
이재명 정부 1년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흐름은 ‘생중계’다. 지난해 6월24일 청와대(옛 대통령실)는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생중계했다. 참여정부 이후 처음이었다. 생중계 초반에는 기자들의 질문을 조롱하거나 곡해하는 콘텐츠가 문제로 떠올랐으나 자제를 요청하는 청와대 대응 속에 지금은 잠잠해진 편이다. 같은 해 7월29일 청와대는 국무회의까지 생중계했다. 대통령과 국무위원들 토의까지 생중계는 사상 처음이었다. 이어 정부부처 업무보고 생중계까지 이어졌고, 올해부터는 47개 전체 부처의 정책브리핑을 생중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우리 정부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는 ‘라이브 정부’”라고 강조했다. ‘생중계 정부’의 효능감은 유튜브 플랫폼이 없었다면 어려웠다.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생중계에 나선 배경엔 이 대통령의 자신감이 있다. 지난해 5월21일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는 유튜브채널 ‘이재명TV’ 생중계에서 “제가 SNS를 통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이 없었으면 살아남았겠느냐. 언론들의 왜곡, 가짜 정보에 옛날에 가루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에게 유튜브 생중계는 언론의 왜곡을 원천 차단하는 방법이다.

이 대통령이 격무에도 적극적으로 SNS에 글을 올리는 이유도 ‘정치인 이재명’으로 생존하기까지의 경험이 누적된 결과이자, 이재명식 ‘언론개혁’을 위한 과정이다. 지난 1년간 이 대통령은 SNS(X)에 언론을 향한 비판을 지속해 왔다. 지난 2월1일 「‘10억 벌면 8억 토해내라’ 날벼락...혼돈의 시장, 다주택규제 10가지 부작용」이란 제목의 파이낸셜뉴스 기사를 공유하며 “언론이라면서 대체 왜 이렇게까지 망국적 투기를 편드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식이었다. 이와 관련, 한 보수성향 언론사 편집국장은 “대통령이 SNS를 올릴 때마다 우리 회사 기사일까 싶어 철렁한다”고 전했다.

부정확한 근거로 보도자료를 냈던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대통령의 SNS 비판 이후 사과문을 냈다. 지금껏 이 대통령이 직접 비판한 기사 중 정정 또는 삭제 조치 된 기사들이 적지 않다. 현직 대통령의 ‘언론 비평’은 헌정사에서 볼 수 없었던 매우 이례적인 장면인데, 여기에 대한 언론계의 반응은 ‘대통령도 부당한 언론보도를 비판할 수 있다’고 호응하는 쪽과 ‘대통령의 부당한 좌표 찍기와 여론몰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하는 쪽이 엇갈리고 있다.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조폭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장영하 변호사에 대해 지난 3월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하자 이 대통령은 “아무 근거없는 이재명 조폭연루설을 확인도 없이 무차별 확대 보도한 언론들이 이런 판결이 나는데도 사과는커녕 추후정정보도 하나 없다”고 썼다. 이후 이 대통령은 자신의 조폭연루설을 내보낸 SBS ‘그것이알고싶다’를 “조작방송”으로 규정하고 동아일보가 대장동 의혹 보도로 2023년 한국신문상을 수상한 것을 두고 수상 취소를 요구하는 등 연일 언론을 향해 날을 세웠다.

지난 3월22일엔 “언론의 자유가 언론의 특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썼고, 4월12일엔 “사욕을 위해 국익을 훼손하는 자들을 매국노라 부른다. 언론 영역에서도 매국 행위는 버젓이 벌어진다”고 썼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언행은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선 큰 논란이 되지 않지만, 지지율이 떨어지면 국면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통령의 SNS를 향한 다양한 평가와 별개로, 최고 권력자가 연일 저널리즘 의제를 던진다는 점이 상징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이 대통령이 늘 언론을 비판만 한 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12일 경향신문 기사 「“1000만원 빚이 4400만원으로, 죽기 전엔 빚 조정 어려워”···은행도 상록수 그늘에 숨었다」를 SNS에 공유하며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 지금까지 관할당국은 왜 이런 부조리를 발견조차 못하고 있었을까”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보도에 감사드립니다”라고 썼다. 청와대는 지난달 21일 경향신문 기자들에게 감사패를 수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종합편성채널을 향한 압박성 발언은 ‘언론탄압’이라며 야당의 입길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2일 방미통위 업무보고에서 “종편, 그게 방송인지 편파 유튜브인지 그런 게 의심이 드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고 지난 1월20일 국무회의에선 “특정 사안의 경우는 무조건 검찰 편을 든다”며 “최소한 특혜를 받는 영역은 중립성과 공정성, 공익성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종편을 겨냥했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도 “(방송사가) 무슨 정당 기관지처럼 매우 편파적으로 중립성을 잃고 있다든지, 공정성을 결여했다든지, 이런 경우 제재가 있나”라고 물었다. 구체적으로는 방미통위 위원장에게 종편 재승인 과정을 물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방송통신 행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신규 출입 매체들도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는 지난해 7월 유튜브 기반 매체인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이상호의 고발뉴스’ 등 3곳을 신규 출입사로 받았다. 지난 2월에는 삼프로TV, 시사IN, 시민언론 민들레, 굿모닝충청 등 4곳을 신규 출입 매체로 정했다. 이를 두고 정부에 우호적인 매체들만 출입을 받아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 조직 개편으로 지난해 10월1일 방통위원장에서 면직된 이진숙 전 위원장을 바로 다음 날인 2일 자택에서 체포한 것을 두고선 ‘이진숙 체급만 올려줬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 전 위원장은 6·3 재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지난 4월30일 발표한 2026년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이 4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61위)에 비해 순위가 14계단이나 올랐지만 만족할 순위는 아니었다. 한국은 윤석열정부에서 2년 연속 60위권을 기록하며 ‘문제있음’ 국가로 분류됐다. 올해는 순위가 올랐음에도 ‘문제 있음’ 분류를 벗어나지 못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한국에서는 ‘허위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정부 조치들이 언론자유 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고 했으며 “한국에서 명예훼손죄는 이론상 최대 7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들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적극 추진했지만 지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역대 민주당 정부는 각자의 ‘언론개혁’을 추진했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12월 대통령 직속기구 방송개혁위원회를 가동해 미디어 청사진을 그려 오늘날의 방송법 토대를 마련했다. 당시 MBC 민영화·KBS 2TV 광고 폐지·수신료 인상 논의가 나왔지만 결론은 내지 못했다. 2001년엔 보수신문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부당 내부거래 조사를 진행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대한 세금 추징이 이뤄졌으나 후폭풍이 컸다. 언론개혁이 국가 주도 세무조사로 변질되며 정부의 언론통제로 비쳤고, 언론운동진영은 정부의 ‘들러리’를 선 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참여정부는 열린우리당이 2004년 ‘4대개혁입법’ 중 하나로 언론관계법을 내놓을 만큼 언론개혁에 적극적이었다. 핵심은 신문사 시장점유율이 1개사 30%, 3개사 60%를 넘어설 경우 시장지배사업자로 규정, 공정거래위원회 규제를 받도록 하는 것(신문법 17조)이었다. 사실상 조중동을 겨냥한 법안이었는데, 2006년 6월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았다. 같은 해 ‘언론피해구제법’을 통해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추진했으나 언론계 반발에 부딪혀 폐기했고, 명칭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언론중재법)으로 바꿨다. 임기 말엔 ‘취재 지원 시스템 선진화방안’이란 이름의 기자실 개방을 추진했으나 ‘기자실 대못질’이라는 강한 항의에 부딪히며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이명박 정부 때 해직된 기자들이 복직했고,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이 아시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언론운동진영의 숙원이 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미온적이었고,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2021년 언론중재법 개정을 통한 징벌적 손배제 도입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같은 해 문체부가 ABC협회의 조선일보 등 유료부수 조작 사건을 공론화했으나 유의미한 처벌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 첫해는 방송법과 정보통신망법을 바꿔 문재인 정부에서 해내지 못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징벌적 손배제 도입이란 결과를 냈다. 지난 1년간 유의미한 신문법·언론중재법 개정은 없었기 때문에 후반기 국회에선 과방위보다 문체위가 뜨거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방선거까지 끝난 만큼, 연간 1조가 넘는 정부광고 집행 흐름이 본격적으로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조중동의 영향력이 급감한 만큼, 이들을 겨냥한 법안이 등장할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종편을 겨냥한 법제도적 변화가 등장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다.

이 대통령은 취임 30일 기자회견, 취임 100일 기자회견, 신년 기자회견, 취임 1년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과거 민주당 정부와 비교해도 기자들과의 접촉이 활발한 편이다. 앞으로도 각종 생중계와 ‘심야 SNS’, 언론과의 접촉면을 유지하며 대통령 스스로 악재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남은 임기 4년, 이재명식 ‘언론개혁’은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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