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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21일 세이레, 장례식장 출입 금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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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레는 삼칠일(三七日)의 순우리말이다. 아기가 태어난 지 스무하루, 즉 21일이 되는 날을 뜻하며 '이레(7일)'가 세 개라는 뜻에서 붙은 말이다. 아기가 출생한 뒤 7일째를 초이레, 14일째를 두이레, 21일째를 세이레라 하고, 이 기간 동안은 금줄을 쳐서 가족이나 이웃주민의 출입을 삼가며 특히 부정한 곳에 다녀온 사람은 출입을 절대 금한다.
이 금기에는 신앙의 언어만이 아닌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삼칠일은 아기의 배꼽이 아무는 데 소요되는 시일이면서 동시에 산모가 건강을 회복하는 기간이었다.

세이레 기간에 금지된 장소 중에서도 장례식장은 가장 엄격하게 경계했다. 가족 이외의 사람들은 출입을 삼가고, 특히 상가(喪家)와 같이 부정한 곳에 다녀온 사람의 출입은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다.
무속 신앙에서는 이를 '상문살'이라고 부른다. '상문'은 죽은 사람으로 인해 생기는 살(煞), 즉 불길한 기운을 뜻한다. 장례식장을 다녀오면 그 기운이 몸에 붙어 집 안으로 따라 들어온다고 여겼다. 경기도에서는 초상 중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 팥죽을 끓이고 떡을 해서 축원을 올리는 '상문풀이' 의례를 따로 치렀다. 상문살을 그냥 두면 갓난아기에게 탈이 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금줄이 걸린 집에는 흉사에 다녀온 사람의 출입을 철저히 막았고, 가족도 문상을 삼갔다. 삼신은 탯줄을 관장하는 신으로, 아기가 세이레를 넘길 때까지 곁에서 지킨다고 믿었다. 출산 후 매 이레마다 흰밥과 미역국을 올린 것도 그 보살핌에 감사를 드리기 위해서였다. 장례식장의 기운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행위는 삼신의 보호를 스스로 걷어내는 것과 같았다.
세이레가 지나면 새벽에 삼신에게 흰밥과 미역국을 올린 후 금줄을 내렸다. 그 순간부터 이웃사람들의 출입을 허용했고, 아기가 세상과 처음 접촉하는 날이기도 했다. 세이레 전까지는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아기와 산모를 보호했고, 세이레가 지나야 비로소 일가친척과 마을 사람들이 실과 돈 등을 들고 와 아기를 처음 대면했다.
세이레를 무사히 넘기고 나면 100일째 되는 날 백일 상을 차렸고, 1년이 지나면 돌잔치를 열었다. 세이레는 그 첫 고비였다.
세이레 기간에 장례식장을 찾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정면으로 그린 영화가 있다. 박강 감독의 장편 데뷔작 '세이레'(2022)로, 아기가 태어난 지 21일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아버지가 장례식장을 다녀온 뒤 가족에게 불길한 일들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다.

또 박 감독은 "모성에 대한 심리를 스릴러나 공포로 풀어낸 작품은 많았는데, 그에 반해 초보 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부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세이레 금기를 깬 아버지에게 집중한 이유를 밝혔다. 세이레 기간에 장례식장을 다녀오는 것이 얼마나 강한 금기인지를 알기에, 그 금기를 깬 아버지의 죄의식이 영화 전체를 끌어가는 동력이 됐다.
이 작품은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FIPRESCI)을 받았고, 이후 캐나다·브라질·러시아·스위스 영화제까지 잇달아 초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