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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산동네 '81억' 들여 손봤더니…바다 품은 '감성 사진' 맛집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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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우리는 문득 오래된 풍경을 찾게 된다. 화려한 고층 빌딩 숲을 벗어나 소박한 담벼락과 좁은 골목길이 주는 편안함은 현대인에게 작지만 확실한 위로가 된다. 강원도 삼척시 정라항 뒤편 언덕에 자리한 ‘나릿골 감성마을’은 그런 그리움을 채워주는 곳이다. 이곳은 시간이 멈춘 듯 1960~1970년대 어촌의 생활상을 비교적 온전히 간직하고 있어, 마을을 걷는 것만으로도 과거의 기억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나릿골’이라는 이름은 정라항 영진안과 벽 너머 사이 골짜기에 배를 정박하던 나루가 있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삼척항이 활발히 운영되던 시절, 어업과 관련된 일을 생업으로 삼던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 살며 지금의 자연 부락이 형성됐다. 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누군가의 집 마당으로 이어지고, 마당은 다시 다음 골목과 연결된다. 담장이 낮고 이웃 간 왕래가 자연스러웠던 시절의 주거 형태가 남아 있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까지도 가깝게 느껴진다.
투박한 원형을 간직하던 나릿골은 2016년부터 변화를 맞았다. 삼척시가 81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마을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어촌의 생활상과 정취를 관광 자원으로 가꾸는 정비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노후 시설을 손보고 길을 정비해 동선을 연결하자 마을은 한층 쾌적해졌고, 동시에 감성적인 분위기도 더해졌다. 조용하던 어촌 산동네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시민과 여행객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마을의 풍경을 한층 화사하게 만든 것은 핑크뮬리원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핑크빛 갈대가 무성하게 피어난 이곳은 이른바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명당으로 입소문이 났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푸른 동해 바다와 분홍빛 물결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나릿골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관이다. 마을 곳곳의 슬레이트 지붕과 시멘트 블록 담장, 옹기종기 모여 있는 텃밭 사이를 걷다가 문득 마주하는 분홍빛 풍경은 과거와 현재가 한 장면에 겹쳐지는 듯한 묘한 매력을 선사한다.

나릿골 감성마을은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되며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다만 주민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생활 터전인 만큼, 방문객은 관람 매너를 지킬 필요가 있다. 주차는 마을 인근 삼척항 공영주차장 또는 마을 입구에 마련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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