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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선고일 아침에 날아온 김여정의 메시지?
최보식의언론
내용은 며칠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 정부의 무인기 침범 인정에 대한 “평가”와, 재발 시 “끔찍한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그리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 대해 '비교적 상식적인 인간'이라며 '약속을 지키라'고 다시 경고 독촉문 보내듯이 던진다.
그런데 정동영 장관도 '유감' 이라는 메시지를 왜 반복 재탕했을까?
이 날은 한국에서 윤석열 대통령 재판이 열리는 날이었다.
국내 정치가 집중된 시간에 북한은 같은 메시지를 반복함으로써, 관심이 분산된 틈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북한의 대남 담화는 내용 못지않게 발표 시점이 중요하다.
국내 정치가 큰 이슈로 요동치는 날, 안보와 주권을 둘러싼 경고를 반복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계산된 선택이다.
정부의 대응 태도를 시험하고, 한국 사회 논쟁 구조에 외부 변수를 추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담화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따로 있다.
“적국과의 국경선은 마땅히 견고해야 한다.”
이 표현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남북 관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선언이다.
과거 북한은 ‘남측’, ‘남조선 당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적국’이라는 표현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남북 관계를 민족 내부 문제가 아니라 분명한 두 국가 관계로 고정하려는 언어적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정책 전환은 언어에서 먼저 시작된다.
이 지점에서 2021년 사례를 돌아보면 이해가 쉽다.
8차 당대회가 열렸던 그해 북한은 헌법을 개정해 스스로를 ‘핵보유국’으로 명시했다.
그 헌법 명시는 돌발적이지 않았다.
이전에 이미 핵 능력 과시, 군사적 긴장 고조, 강경 담화가 반복되었고, 그 흐름이 축적된 뒤 제도화되었다는 것이다.
2021년 4월 열린 조선로동당 제4차 대표자회 역시 이미 형성된 노선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북한은 먼저 현실을 만들고, 그 다음 그것을 문서로 굳히는 방식을 취한다.
북한은 2023년 이후 공식적으로 남북 관계를 관계 정상국가 간의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는 표현을 반복해 왔다.
2023년 말 김정은이 “남북관계는 동족관계·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고착되었다”고 발언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날 반복된 담화 역시, 9차 당 대회를 앞두고 ‘두 국가론’을 공식화할 수 있는 사전 경고이자 정치작업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은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하고 국경선을 강조한다.
그런데 한국이 북한 체제를 존중한다고 하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두 국가론’을 사실상 받아들이고 통일을 논한다면, 이는 단순한 전략적 모순이 아니라 헌법을 파괴하는 반역이 될 것이다.
국가 헌법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담론 위에서 통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자기 국가를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것은 위협이 아니라 분명한 경고다.”
김여정이 이날 아침 던진 말이다. 이 문장은 한국을 향한 경고이면서 동시에, 북한 내부에 보내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적대적 국가 관계에 있다는 인식의 확인 말이다.
재판이 열리는 날 아침 반복된 담화는 단순한 제언이 아니라, 관계 규정과 국가 정체성에 대한 정치적·헌법적 경고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늘 그랬듯히 언어가 언제나 정책보다 먼저 움직인다.
그러나 한국은 이런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
필자는 지난해부터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독재 국가들에서 흘러나오는 언어를 면밀히 분석하고, 그 언어가 지닌 의미를 알리고 있다. 왜냐하면 언어 또한 인권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전체주의는 총과 무력으로만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사유를 짓밟는 언어로도 다가온다. 그것이 바로 세뇌교육이며, 사회 전체를 장악하는 가장 은밀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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