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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년'의 신비, 신라 왕 발길도 멈췄다…국내 최초로 개방된 '지하 궁전'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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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류굴이라는 이름에는 깊은 역사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본래 신선들이 한가로이 노닐던 곳이라는 뜻의 '선유굴'이라 불렸으나, 신라 31대 신문왕의 아들 보천태자가 이곳에 머물며 수도했다는 기록에 따라 '성인이 머문다'라는 의미인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곳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관광용으로 개방된 동굴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그 가치가 더욱 특별하다. 그러나 화려한 미관 뒤에는 아픈 역사도 공존한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피해 동굴 안으로 몸을 숨겼던 주민 500여 명이 입구가 막혀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는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동굴의 전체 길이는 870m로 현재 개방된 구간은 270m 정도다. 내부에는 9개의 광장과 수심 4~5m 정도의 맑은 물웅덩이 3개가 자리한다. 동굴 내부에는 석회질 지하수가 억겁의 시간 동안 빚어낸 담홍색과 회백색의 종유석, 석순, 석주들이 기묘한 형상을 이루며 장관을 연출한다. ‘지하 궁전’이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정교하게 빚어진 생성물은 자연이 오랜 시간 공들여 설계한 건축물처럼 느껴진다.

성류굴을 중심으로 한 울진 여행은 동선 구성도 효율적이다. 성류굴 관람을 마친 뒤 인근의 왕피천 케이블카를 타고 망양정으로 이동해 동해의 시원한 풍광을 감상하는 일정이 대표적이다. 이어 죽변 해안 스카이레일이나 국립해양과학관까지 차례로 둘러보면 울진의 자연과 문화를 고루 만끽하는 당일치기 코스가 완성된다. 고요한 동굴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잠시 잊은 뒤 마주하는 푸른 바다는 여행의 마침표로도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