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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색조 정찬헌이 강조한 피치터널, 그리고 주위 향한 고마움[SS인터뷰]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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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구종이 많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너무 많은 구종이 투수의 발목을 잡는다. 다섯 가지 구종을 던지는 것보다 확실한 구종 2, 3개가 나을 때도 많다. 커브처럼 릴리스포인트를 비롯해 메커닉이 차이나는 구종은 투구 밸런스 전체를 흔들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투수들이 커브 장착을 목표로 삼았다가 깊은 부진에 빠진다.

하지만 올해 선발투수로 도약한 LG 정찬헌(31)은 반대다. 커브는 물론 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스플리터,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을 흔들림없이 던진다. 전략적으로 타이밍을 빼앗는다. 지난달 27일 문학 SK전 완봉승도 그랬다. 상대 타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볼배합으로 9회말 1아웃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만루 위기에 처했지만 강타자 제이미 로맥을 변화구 4개 이후 5구 포심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고종욱을 8구 승부 끝에 투심 패스트볼로 외야플라이 처리해 첫 번째 완봉승을 달성했다.

팔색조 투구에 대한 자신 만의 노하우가 분명했다. 정찬헌은 지난달 30일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다른 투수보다 구종을 습득하는 능력이 뛰어난 편인가?’라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스플리터는 제대로 던지는 데 4, 5년 정도 걸렸다”고 웃으며 “다만 언젠가부터 피치터널을 의식하면서 던지는데 효과가 크다. 2015년에 루카스 하렐을 보면서 브레이킹볼을 패스트볼과 같은 느낌으로 던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모든 공을 던질 때 패스트볼 느낌으로 던지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커브도 특별히 릴리스포인트를 의식하기 않고 던진다”고 답했다.

피치터널은 타자의 시야에서 투수의 릴리스포인트부터 공의 움직임이 동일하게 보이는 구간을 의미한다. 뛰어난 투수는 구종에 따른 릴리스포인트부터 공이 변하는 구간이 오랫동안 동일하게 형성된다. 메이저리그(ML) 세인트루이스 에이스 잭 플래허티는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네 구종이 같은 릴리스포인트와 일정 구간 동일안 궤적을 자랑한다. 정찬헌은 “예전에는 커브를 던질 때 제대로 떨어뜨려서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만 생각했다.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러나 힘 빼고 던지는 법을 알면서 두 가지 커브를 던진다. 스크라이크존에 넣기도 하고 떨어뜨려서 헛스윙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팔색조 투구의 결과는 1선발 같은 5선발이다. 5선발투수 임무를 맡고 있는 정찬헌은 올해 6경기 선발 등판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자만은 없다. ‘아직 초반이지만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나?’는 질문에 “아니다. 나는 다른 선발투수들보다 긴 시간을 쉬고 등판한다. 나도 5일 간격으로 등판하고 지금 성적을 올린다면 칭찬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위에 고마운 분들이 정말 많다. 지난해 이천에서 재활할 때 도와주신 이권엽 트레이닝 코치님, 지난겨울 연투가 힘든 것을 알아주시고 선발을 제안해주신 차명석 단장님, 방향을 잘 잡아주시는 최일언 코치님과 류중일 감독님, 매일 대화를 나누면서 적절한 일정을 짜주시는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님 등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 뿐이다. 주위 분들 덕분에 지금 이렇게 던질 수 있다”며 자신을 낮췄다.

물론 목표는 상향조절됐다. 시즌 전 번갈아 선발 등판하는 신인 이민호와 10승 합작을 약속했던 정찬헌은 “그냥 10승에 그칠 생각은 없다. 보통 선발투수라면 10승을 목표로 하니까 추상적으로 목표를 정했는데 민호도 정말 잘 던지고 있다. 민호와 함께 10승 이상을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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