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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기자회견 '불참' 윤미향, 다음 행보에 관심 집중
더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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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25일 이용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제35회 한국여성대회에서 고 김복동 할머니의 생전 영상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윤 당선인. /김세정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25일 이용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기자회견에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날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2차 기자회견을 갖고 윤 당선인과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 현 정의기억연대)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했다는 내용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 당선인의 참석 여부에 시선이 쏠렸지만 윤 당선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할머니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지난 19일 대구로 이 할머니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당시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에게 "며칠 내로 기자회견을 할 테니 그때 오라"고 말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이 이 할머니를 만난 직후 일부 언론에서는 "용서했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할머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안아달라고 해서 안아줬을 뿐"이라며 "자기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서 마음대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나갔다. 자기 마음대로 했는데 무엇 때문에 용서를 바라냐"고 되물었다.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의혹을 폭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윤미향 당선인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대구=임영무 기자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에 윤 당선인 불참은 어느 정도 예견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 이후로 모습을 감췄기 때문이다. 또,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제21대 국회 초선 당선자 151명 대상으로 열린 연찬회도 불참했다.

그는 또 정의연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었던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브리핑도 하루 전날인 19일 취소했다. 지난 21일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과 더불어시민당 출신 비례대표 당선인들과의 만찬 회동도 취소됐다. 이 역시 윤 당선인 논란 등이 이유로 분석됐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이날(25일)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은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라며 "이 할머니가 '기자 회견하는 데 너 와라, 너 와서 네가 할 말 있으면 해라'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윤 당선인 입장에선 가기도 그렇고 안 가기도 그렇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갈 수 없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그 페이스에 말려드니까"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이 윤 당선인 문제를 '사실관계 파악이 먼저'라고 선을 그은 것도 불참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9일 이 할머니의 1차 기자회견 이후 윤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했지만,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공식적으로 내놓은 대답은 "사실관계 확인"이었다.

윤 당선인도 당이 공식적으로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의혹만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기자회견에 참석했다가 발언을 실수할 경우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자회견 발언이 향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수도 있다.
정의기억연대 의혹과 관련해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당인인 25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윤미향 당선인 자택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수원=이동률 기자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과 윤 당선인의 불참이 사실로 나타남에 따라 야권에선 당장 민주당과 윤 당선인이 답할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이 할머니 기자회견 직후 "할머니는 윤 당선자를 용서하지 않았다고 했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넘긴 벌을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며 "억울하고 누명 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주기 바란다며, 모든 여성에게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국민 앞에 할머니들 앞에 정작 미안해야 할 사람은 누군가. 윤 당선자와 민주당이 답할 차례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30년간 위안부 운동을 함께 해온 이 할머니께서, 기자회견까지 하시며 문제를 제기한 것 자체만으로도 안타까움과 송구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당선인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보고 향후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이 할머니께서 제기하신 문제에 대해서는 정의연이 적극적으로 해소해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윤 당선인이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21대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하는 30일에 앞서 윤 당선인이 모습을 드러내고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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